'인간도 동물이다.' 이 말은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접근할 때,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인간들을 동물원 우리 안에선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왠지 아이러니컬하다. 최근 이런 궁금증을 없애줄 수 있는 이벤트가 세계 최초로 호주 애들레이드 동물원에서 벌어지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애들레이드 동물원이 드디어 동물원 내 우리 안에 사람들 (?)을 전시하기 시작했기 때문. 지난 1일부터 오랑우탄 우리 안에 사람들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애들레이드 동물원은 동물원 우리 안에 현재 남녀 6명의 사람들을 들여보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전시되고 있는 사람들은 지난해 이미 다양한 (?) 면접들을 통해 선발된 사람들로 이번에 최종으로 총 24명이 선발됐다. 지금은 남녀 3명 씩 6명을 한 조로 매일 아침 7시부터 6시까지 (금요일은 저녁 8시까지) 이들은 동물원에 전시되고 있는데, 매일 이들 전시용 사람들은 동물원 측이 내준 과제를 하루 종일 관람객들 앞에서 풀며 원하면 언제든 거품 목욕탕에서 목욕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 다소 호사스런 (?) 우리 안 생활을 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날에는 금요일 저녁 관람객들 앞에서 선보일 특별 이벤트를 위해 나뭇잎을 응용한 무대 옷을 이들은 만들고 있었다.)
동물원 측은 이들 전시용 사람들이 다른 우리 안 동물들처럼 심심함을 달랠 수 있도록 재미삼아 놀 수 있는 장난감들 역시 우리 안에 놓았는데, 전시용 사람들은 TV나 MP3 등 개인용 소장품들은 우리 안으로 반입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안 사람들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동물원 측은 전시용 사람들이 자신의 현제의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도록 그림도구 또한 지급하고 있다.
한편, 기자가 찾아간 날 애들레이드 한 낮 더위는 40도를 웃돌았기 때문에 전시용 사람들은 우리 안에 설치된 욕조 안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는데, 전시용 사람들에게 식사는 하루에 단 한번 지급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안에 놓인 먹을거리 역시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동물원 측은 실제 우리 안 동물들처럼 음식들을 우리 안 곳곳에 숨겨놔 전시용 사람들은 숨겨진 음식을 찾아 먹어야 되는데, 대부분 음식은 간단한 파이나 과일들이다.
현재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시키기 위해 동물원 측은 우리 밖에 스피커까지 설치하고 전시용 사람들 각자에게는 마이크로폰을 휴대하게 해 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소리까지 관람객들은 생생히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전시용 사람들 각자가 사용할 수 있는 개인용 화장실이 따로 있다는 점을 제외하곤 다른 영장류 동물들 우리와 전시용 사람들 우리는 매우 흡사한 모습이었는데, 동물원 측은 우리 장 앞에 대형 유리창을 설치해놔 관람객들과 전시용 사람들이 직접 대화하는 것은 금지시키고 있다. 한편, 매일 저녁 7시 전시 시간이 끝나면 우리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이들은 집에 돌아가서도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말하지 않도록 동물원과 계약까지 맺은 상태다.
이번에 애들레이드 동물원 측은 사람들을 전시함으로 다양한 유인원 동물들의 행동 양식 또한 연구할 예정인데, 유인원 전문가이며 심리학자인 카알라 리치필드 교수의 경우 약 한 달 동안 우리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행동을 다양한 시간대 별로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그녀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역시 "현재 유인원은 물론 다른 동물들의 행동을 자극하고 두뇌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행동들이 어떤 것인지를 찾아내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현재 인간 전시용 우리 밖에서 이들의 행동 변화를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우리 안에 갇혀진 사람들이 한 달 동안 우리 안에서 생활할 때,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매일 받을 때, 이것이 이들에게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번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연구는 곧 동물원에 갇혀진 동물들의 행동 양식을 연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들레이드 동물원 측은 이처럼 사람 전시회를 기획한 이유로 "사람 전시회를 통해 얻어진 수익금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모나토 동물원의 유인원 우리 신축을 위한 지원금 마련을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회하게 됐다."고 현재 밝히고 있다.
한편, 이번에 자원자로써 전시용 사람이 된 사람들은 가정주부에서부터 언론사 기자에 이르기까지 그 직업이 무척 다양한데, 가정주부로써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는 마리 (35)씨는 "처음에는 가족들에게 비밀로 하며 이번 일에 지원했다며 평소 TV에서 '서바이버 게임 (생존자 경기)'프로를 즐겨보는데, 이번 일이 서바이버 게임과 비슷해 지원했다."며 "현재 전시용 인간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에 전시용 인간이 되기 위한 면접시험에서 침팬지와 똑같이 흉내 내 면접관들을 감동 (?)시킨 스티브 (42) 씨는 "동물원에 전시용 인간으로 참여해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무차별한 살육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침팬지들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얻어진 기부금 역시 동물 보호에도 쓰여 이번 행사에 자신이 참여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들 전시용 사람들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반응은 현재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남호주 엉리 시에서 온 카펠라 필립 (32)씨는 가자와의 인터뷰에서 "동물원에 전시되는 다른 동물들과 별 차이 없이 실제 사람들이 우리 안에 있는 모습이 왠지 이상했다며 우리 안에 전시되는 사람들이 조금 따분해 보이기까지 했다."라고 말했다.
이 날 인간 전시장을 찾은 한인 교포인 김경옥 (36)씨 역시 "하루 종일 특별한 일 없이 저렇게 우리 안에만 있는 사람들을 보니 우리 안 동물들의 경우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야생을 얼마나 그리워할지 막연히 느낄 수 있었다며 그래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얻어진 수익금이 멸종 동물들의 무분별한 살생을 막는데 쓰인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은 동물원 측이 마련한 투표에도 참여해 이들 전시용 인간들 중 가장 동물원 우리 안 생활에 적응을 잘하는 사람을 이들 중 뽑을 예정인데, 이 가운데 최고 투표를 받은 사람은 하와이 호놀루루로 2주 동안 여행을 갔다 올 수 있는 상품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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