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그림과 사명

[스크랩] 1 달러의 행복 - Backroom Pizza

정희득이본명이자가명 2010. 10. 8. 13:46

 

예전에 TV 오락 프로그램 중에 '만원의 행복'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다. 연예인들이 만원을 가지고 일주일 버티며, 만원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돈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뭐 그런 프로그램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만원.

 

그러니까 한국에 살았었던 내 미국친구가 쓰던 단순 환율 변환 공식(한국돈 끝에 세자리만 빼면 미국돈이 된다)을 적용했을때 10달러는 내게 큰 의미가 있는 단위이다. 정말 이 돈을 가지고 1주일을 숱하게 버텨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미국땅에서 만원의 행복을 뼈에 사무치도록 느껴본 나는 그래서 어디를 가던지 아주 싼 초저가 가게를 꼭 찾아보는 편이다. Backroom은 앤아버에서 내가 찾던 바로 그런 곳이었다.

 

이 곳에서는 1달러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한국돈 단위로 역환산하여 말하면 천원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셈인데, 왜냐하면 조각 피자 하나를 1달러에 팔기 때문이다.

 

미국에 와서 느낀 것 하나는 초저가 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처럼 '천원어치 김밥한줄'의 개념은 여기에서 성립되지 않는다. 철저히 투자비 인건비등을 고려하여 적정 가격을 책정하는게 기본 원칙인지라 잠시라도 밑지는 장사는 여기에 없다. 그래서 이윤이 나지 않으면 레스토랑들은 바로바로 문을 닫고, 쓰러질 듯 허름한 다이너들도 일반 식당에 비해 결코 싸지 않는 편이다. 우리나라 처럼 장사가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쭈욱 해오던 일이라 그냥 버티는 가게들이나 초저가 국밥등을 파는 뒷골목 허름한 가게들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우리나라도 조만간 이렇게 될 것이라 본다. 이미 현재 서비스업종이 그런 상태에 들어섰을수도...)

 

그래서 Backroom은 더욱 특별하다. 

 

1달러라 피자에는 도우위에 피자소스와 피자 치즈만 올라간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즈 피자인데, 가격때문에 맛이 형편 없을거라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한 판에 30달러 이상하는 고급 피자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일반 치즈 피자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실제 이곳의 피자는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근 Pub에 공급되는 피자와 동일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미국 학생들, 식사사이 출출함을 느끼는 직장인들, 끼니 때울 시간도 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일하시는 택배기사들이나 트럭 운전사들이 잠시 들려 알뜰하게 한 두 조각 먹고 나가는 그런 숨겨진 삶의 한 공간이다.    

 

사실 미국 다른 도시를 여행하면서 이렇게 싼 곳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내가 미국에서 발견했던 가장 싼 음식은 시카고 서쪽 suburb인 Schamburg에 위치한 Ikea 매장내에서 판매하는 핫도그였다. 한개에 50 센트. 그런데 크기도 작거니와 토핑 없이 케쳡과 머스터드만 뿌려먹게 되어 있는지라 음식이라 불리기에도 민망하다.

 

반면, 이 곳의 피자는 1달러에 값어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허기진 배를 달래는 소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엄연한 음식이다.

 

 

덧붙임)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시기는 올 4월이었는데, 어제 가보니 1달러 치즈 피자가 1 달러 25센트로 올랐네요. 그래도 여전히 가치있는 초저가라고 판단되어 제목 변경 없이 올렸습니다.  

 

605 Church St, Ann Arbor, MI 48113

출처 : Chicago (시카고)
글쓴이 : 산여울 원글보기
메모 : When and where? When and where was the idea in the afternoon of August 16 of Year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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